때로 기억된 전화번호는 슬프다.

나는 그때,

그녀가 가르쳐준 전화번호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녀가 가고 없는 지금도..


뷰티플 라이프중 / 기타가와 에리코



오래전 내가 홀로 기거했던 아파트를 지나칠 때면

옛 애인의 전화번호가 바뀐 줄 뻔히 알면서 다이얼을 돌려보듯

그 방을 올려다 보곤 한다

밤새 불을 밝힌 채 누군가를 기다리며 술잔을 기울이던 그 방안의 나

그 생생했던 현실감을 텅빈 실루엣을 바라보다 그런 생각을 한다

얼마나 나를 떠나야 나를 만날 수 있는가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기껏 사라져버린

무수한 내 현실감의 절정들을 추억하는 일일뿐

한사람을 사랑하여 죽음을 생각하던 고통

그 사람을 위해 아흔아홉편의 연시를 쓰던 손가락의 떨림도

이제는 내 것이 아니다

함부로 내뱉었던 숱한 사랑의 말들도

진실보다 거짓이 뜨겁게 진실했던 욕정도

청춘이 생의 전부인 양 늙음을 박대했던 한 시절도

벗어놓은 허물처럼 사라졌다


얼마나 나를 잃어야 나를 만날 수 있는가

나는 매일 나의 낭떠러지를 살고 있다

한발짝 걸음을 옮기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그 캄캄한 생의 허방 앞에서,

어제의 내가 그랬듯

곧 사라져 버릴 현실감의 절정을 붙잡고 뒹굴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 내가 살던 방을 바라보며 / 유하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히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 / 어느날의 커피 중



모두 다 떠돌이 세상살이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누구를 만나야 할까.

살아갈수록 서툴기만 한 세상살이

맨몸, 맨발, 맨손으로 버틴 삶이 서러워

괜스레 눈물이 나고 고달파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모두 다 제멋에 취해 우정이니 사랑이니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텅 빈 가슴에 생채기가 찢어지도록 아프다.

만나면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데

생각하면 눈물만 나는 세상

가슴을 열고 욕심 없이 사심 없이 같이 웃고 같이 울어줄 누가 있을까

인파 속을 헤치며 슬픔에 젖은 몸으로

홀로 낄낄대며 웃어도 보고 꺼이꺼이 울며 생각도 해보았지만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다.


가장 외로운 날엔 / 용혜원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사는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게 아닙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와서 아는 척해서 무얼 합니까?

이제와서 안부를 물어봐야 무얼 합니까?

어떤 말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의 일들도

오묘한 세월의 설득 앞에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저 웃는 모습... 한번 보고플 뿐입니다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얼굴 하나가

나일 들어가도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는

그때 그대로 그렇게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이 혹시나 고단하시면

당신의 모습에서 그 미소가 사라졌다면...

나는 가슴이 아파서 어찌합니까?

그래도...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 오광수








































































































♬ Hold Me For A While - Redn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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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Victor Jeong
JC BILLI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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