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정도의 침묵이 흐르자..

"우리 이렇게 할 말이 없나?" 라고 그녀가 물어보았다.

그래도 침묵이 흐르고 결국 전화를 끊었다.

말하기 싫어지고 대답하기 싫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사랑이 마음에서 떠날 채비를 한다는데,

오늘의 당신은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는다.


도날드용 / 12번사포같은그녀 '묵묵부답'



이따금 나는 내 삶이

필름이 들어있지 않는 카메라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 결락감이 무엇인지를

당신에게 설명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경숙 /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나이가 한 살 더 많다거나 한 살 더 적다는 건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짧은 세월이 아니다.

나는 내 나이가 한 살 더 많다는 사실보다

내 생을 지나쳐 버린 1년이란 세월이 몹시 안타까워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저녁의 어두운 창밖과 밤의 낯선 정거장들을

자주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랬다. 나는 차츰 우울해지고 있었다.

그 세월이면 생을 뒤바꿀 만한 몇 번의 사건과 사고와

돌이킬 수 없는 우연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 조경란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했다.

슬픔에 대해, 빈틈없이 생각하고 밝히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진귀한 식물이나 무엇인 것처럼 여겨지고,

전혀 슬프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만 눈앞에 엄연히 있을뿐.

나는 이 집에서 그 진귀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웬만큼 잘 맞는지, 그것은 놀랍도록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것 앞에서 나는 감정적이 되기가 힘들다.

슬픔은 나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나는 나의 슬픔을 남 일처럼 바라본다.


에쿠니 가오리 / 웨하스 의자



내몸은 텅 비어 있어서

절망이든 희망이든 마음대로 들어왔다 나갈 수 있다.

어느 쪽도 나에겐 상관이 없다.

나는 어차피 비어 있고,

내 속에 무엇이 들어온다 해도 나를 바꿀 수 없을테니까


황경신 / 달의유령 中



점점 나는 사랑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했다.

순수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잃은 듯했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조금 궁금해하다 지나쳤다.

그 또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 궁금해하다 지나갔다.

서로 그냥 조금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다가 지나갔다.

그가, 혹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체물들이 많이 생긴 탓이겠지, 생각했다.

사랑은 점점 그리움이 되어갔다.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것을 그리워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사랑을 오래 그리워하다보니

세상 일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성과 소멸이 따로따로가 아님을,

아름다움과 추함이 같은 자리에 있음을,

해와 달이, 바깥과 안이,

산과 바다가. 행복과 불행이..


신경숙 / 아름다운 그늘



























































































































♬ 비가 A Song Of S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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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Victor Jeong
JC BILLI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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