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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 연 '미트볼숍' 사람들 몰려들어…
"예전 집에서 먹던 맛" "추억 속의 음식 유행" NYT 등 언론도 호평

둥근 그릇에 담긴 것은 네 개의 '고기공(meatball)'. 영락없이 통통한 동그랑땡으로 보이는 고기공을 푸짐한 토마토소스가 덮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작은 가게는 평범하게만 보이는 이 요리(한 그릇 7달러)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문을 연 지 10분 만인 오후 5시 10분. 이미 30여석은 만석이다. 10여분 늦게 들어선 손님 대여섯명은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했다. 구석 자리에서는 70대 노부부가 조용히 소스를 음미했고, 바에 앉은 20대 남녀는 음료수를 마시며 주문을 기다렸다.

미식가의 도시 뉴욕이 미트볼에 빠졌다. 진원지는 지난 10일 개업한 '미트볼숍(Meatball Shop)'. 개업 일주일 전부터 뉴욕매거진은 "추억 속의 음식이 각광받을 무대가 열린다"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입맛이 햄버거에서 미트볼로 간다"라며 흥분했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 미트볼숍의 내부 풍경(사진 왼쪽)과 토마토소스에 담긴 쇠고기 미트볼.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미트볼을 기다리고 있다.
미트볼숍은 '한 그릇의 위안'을 갈구하는 뉴요커의 심리를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분석이다. 불편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음식(comfort food)'의 유행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20여분을 기다리다 맛본 미트볼은 7달러로 살 수 있는 가장 풍족한 위안이었다. 뉴욕의 여러 요리사이트에는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소스였다" "예전에 집에서 먹던 그 맛이다"라는 시식평이 올라온다.

과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일으키는 복고풍 인테리어도 한몫했다. 벽에 걸린 수십 년 전 흑백 사진에서는 갓 결혼한 부부가 수줍게 웃고 있다. 맥주는 골동품 가게에서나 보던 유리 우유병에 담겨 나온다. 재활용 나무로 만들었다는 테이블은 예전 주인의 손길이 만져질 듯 부드럽고 묵직하다. 뉴욕매거진은 "모던한 미트볼이 복고풍과 완벽하게 만났다"고 평가했다.

미트볼은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탄수화물을 멀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고기는 인근 농장에서 사와 갈아 만든다. 선택할 수 있는 종류는 5가지(쇠고기·매운 돼지고기·야채·닭고기·연어). 소스는 토마토와 치즈 크림 등 4가지 중에서 고른다. 평범한 미트볼을 20가지나 되는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가게는 두 명의 고교 동창 다니엘 홀츠먼(Holzmans)과 마이클 처나우(Chernow)가 열었다. 학교 졸업 후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두 사람은 어릴 적 집에서 먹던 미트볼의 맛과 추억을 뉴요커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개업했다고 한다. 뉴욕발 '컴포트 푸드' 유행은 곧 한국에도 상륙할 것 같은 예감이다.

WRITTEN BY
Victor Jeong
JC BILLI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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