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야기

Sad /Solomoon 2009. 11. 23. 20:15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F. 실러



문득 누군가를 상처 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상처를 줄 만큼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간 일이 없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노스케 이야기 / 요시다 슈이치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소중한 것들이 빗살 빠지듯이

하나하나 당신 손에서 새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것 없는 모조품뿐이지요.

육체적인 능력, 희망이며 꿈이며

이상, 확신이며 의미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것이 예고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잃어버리면

당신은 다시는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어요.

대신해 줄 것을 찾아내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별안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다.

사람은 커다란 기계에 있는 하나의 톱니 바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계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 방황하는 칼날



나는 마치 죽었다 살아온 기분이었다.

그러자 문득 시체놀이하는 기분으로 이 세상을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라보일까?

그러니까앞으로 나는 죽은척하고 살아보는 것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이경혜



금빛 햇빛이 가득 쪼이는 건조하고

맑디 맑은 한국의 가을 속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나에게 미칠 듯한 환희의 느낌을 준다.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책이 맘에 들 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 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 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서 걸었을 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생각해 보면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많다.

햇빛이 금빛으로 사치스럽게

그러나 숭고하게 쏟아지는 길을 걷는다는 일,

살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전혜린에세이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반칠환 /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중에서



어제는 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오로지 오늘만 있다.

자, 이제 그 오늘을 시작하자.


마데 테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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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Victor Jeong
JC BILLI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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