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건 어느 날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는 거야.

이를테면 길에서 마주친다든가, 같은 버스에 탄다든가.

그때는 그에게 분명하게 털어놓을 거야.

내가 이번 인생에서 사랑한 사람은 단 한 사람, 당신밖에 없다고."

"아오마메 씨는 두렵지 않아?

어쩌면 그 사람을 영원히 못 만날지도 모르잖아.

물론 우연히 재회할 수도 있겠지.

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끝까지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잖아?

게다가 만일 만났다 해도 그 사람은 이미 결혼했을 수도 있고.

아이가 둘쯤 딸려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잖아?

만일 그렇게 되면 아오마메 씨는 그뒤의 인생을 내내 외톨이로 살아가야 해.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자기가 좋아한 사람과 맺어지지도 못한 채.

그런 생각을 하면 두렵지 않아?"

"두려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설령 그 사람이 아오마메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무라키미 하루키 / 1Q84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생각했던 것 만큼 대단한 것은 없었고

그저 비가 참 예쁘게 내리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어린 날의 추억이 가슴으로 밀려오면서

마치 어린 소녀의 감수성이 돌아온 것처럼

감정의 물결에 휩싸여 나는 그만 눈물을 머금고 말았다.

왜 잊고 있었을까.

왜 소중한 것들은 다들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고 나는 아연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 불륜과 남미



"솥 안에 새까맣게 눌어붙은 밥을 숟가락으로 긁어내다가

난데없이 후룩 눈물이 떨어졌다.

슬프다거나 참담하다거나 따위

자극적인 감정의 작용이 없는데도 그랬다.

눈물이 어린 눈에 환시처럼, 착시현상처럼 피어오르던 목련이 떠올랐다.

꽃이 피어나는 그 운명적인 시간이 내 존재의 한 순간과 만나

섬광처럼 부딪치고 사라졌다.

인생에의 꿈이나 그리움이라는 것도 그러한 것인가."


가을 여자 / 오정희



나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을 겹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속삭이면서 나를 잊어버리는 순간, 농담을 하며 웃는 순간.

그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서로의 생각이 교차하고 겹쳐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대체 누가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은 모두 달콤한 착각이 아닐까.

두 개의 다른 육체가 하나 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 해도

결국은 혼자라는 고독을 알아 버린 여자에게,

일심동체 같은 말은 쓴웃음을 짓게 할 뿐이다.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둘이서 보내는 시간 그것뿐이 아닐까.

몇 년 몇 월 며칠의 몇 시 몇 분까지,

둘이 같이 했었다는 사실만이 사랑이 남길 수 있는 증거다.

그 시간에 둘이서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 하나의 사실로 남는다.

그러나 둘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내가 입밖에 낼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늘 자기 멋대로 쓰는 일기다.

그것도 앞 페이지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들춰 보지 않는 일기.

사랑의 일기장은 늘 바람에 날려

문득 과거의 페이지를 내 눈앞에 드러낸다.

거기 나열된 문자는 어색하고 애절하게,

내 마음을 아리게 할 만큼 진지하다.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 빅마마 - 내 눈을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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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Victor Jeong
JC BILLI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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