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해당하는 글 2건


우리는 모두 혼자야

여기에서건 파리에서건, 아니 어디에서건 말이야.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뭐든 하지.

그래서 이사도 하고 어떻게든 고독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거야.

그건 변하지 않아.

하루 일과가 끝나면 누구나 각자 집으로 돌아가지.

커플로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그들은 달랑 접시하나에 담아 먹던 저녁식사를 까맣게 잊고,

주말이면 반복되던 고통을,

전화벨이 울리기를 간절히 바라던 지루한 일요일을 다 잊어버려.

세계 어떤 나라의 도시에서건 수백만 명의 사람이 다 똑같아.

단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라는 거지.


행복한 프랑스 책방 / 마르크 레비



마음속 깊이 담고 있는 자신만의 방법과

많은 이들이 택하는 평범하고 무난한 방법 사이를 가르는 단층면에는

우리의 의견이 어지럽게 맴돌고 있었다.

물질적으로 보면 런던은 하나지만

런던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런던이 하나씩 존재하는 것이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은희경 / 새의 선물



삐걱 거리는 널마루 데크를 하염없이 걷다가,

그 다음에는 들풀을 바라보면서

군데군데 방갈로가 서 있는 거대한 정원을 지나고,

마지막에는 운하 같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면서 다리를 건너고

또 해변을 걸어서야 겨우 프런트가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별 계획도 없고 잠만 쏟아지는 내게

그 먼 거리는 오히려 시간을 축내기에 좋았다.

그저 잠자코 걷기만 하면 경치가 쓱쓱 바뀌어 주니까.

갖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것을 보고 있다...

살아있는 한, 언젠가는 괴로운 일도 있으리라.

그래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준다.

반드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담담하게 일하고, 들뜨지 말고,

복잡하고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도 말고,

자기 발이 딛고 있는 땅을 찬찬히 내려다보면서 걸어갈 것,

그리고 하루하루의 생활과 자연의 힘에서 얻은 행복과

즐거운 기억을 잊지 말것......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진정 무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는 것이다.


해이수 / 젤리 피쉬



우리가 언제, 무엇을 입고,

누구와 함께, 무엇을 타고,

어디로 향해 가는가 등에 따라

풍경은 전혀 다른 정서를 전한다.

풍경은 늘 그곳에 같은 모습으로 있으나

작은 변화에도 이리저리 들썩이는 우리의 유동적인 마음이

전혀 다른 해석으로 풍경을 건져올리는 것이다.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오소희

































































































♬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제주도의 푸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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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Victor Jeong
JC BILLIONZ

,


"내가 바라는 건 어느 날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는 거야.

이를테면 길에서 마주친다든가, 같은 버스에 탄다든가.

그때는 그에게 분명하게 털어놓을 거야.

내가 이번 인생에서 사랑한 사람은 단 한 사람, 당신밖에 없다고."

"아오마메 씨는 두렵지 않아?

어쩌면 그 사람을 영원히 못 만날지도 모르잖아.

물론 우연히 재회할 수도 있겠지.

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끝까지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잖아?

게다가 만일 만났다 해도 그 사람은 이미 결혼했을 수도 있고.

아이가 둘쯤 딸려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잖아?

만일 그렇게 되면 아오마메 씨는 그뒤의 인생을 내내 외톨이로 살아가야 해.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자기가 좋아한 사람과 맺어지지도 못한 채.

그런 생각을 하면 두렵지 않아?"

"두려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설령 그 사람이 아오마메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무라키미 하루키 / 1Q84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생각했던 것 만큼 대단한 것은 없었고

그저 비가 참 예쁘게 내리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어린 날의 추억이 가슴으로 밀려오면서

마치 어린 소녀의 감수성이 돌아온 것처럼

감정의 물결에 휩싸여 나는 그만 눈물을 머금고 말았다.

왜 잊고 있었을까.

왜 소중한 것들은 다들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고 나는 아연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 불륜과 남미



"솥 안에 새까맣게 눌어붙은 밥을 숟가락으로 긁어내다가

난데없이 후룩 눈물이 떨어졌다.

슬프다거나 참담하다거나 따위

자극적인 감정의 작용이 없는데도 그랬다.

눈물이 어린 눈에 환시처럼, 착시현상처럼 피어오르던 목련이 떠올랐다.

꽃이 피어나는 그 운명적인 시간이 내 존재의 한 순간과 만나

섬광처럼 부딪치고 사라졌다.

인생에의 꿈이나 그리움이라는 것도 그러한 것인가."


가을 여자 / 오정희



나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을 겹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속삭이면서 나를 잊어버리는 순간, 농담을 하며 웃는 순간.

그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서로의 생각이 교차하고 겹쳐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대체 누가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은 모두 달콤한 착각이 아닐까.

두 개의 다른 육체가 하나 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 해도

결국은 혼자라는 고독을 알아 버린 여자에게,

일심동체 같은 말은 쓴웃음을 짓게 할 뿐이다.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둘이서 보내는 시간 그것뿐이 아닐까.

몇 년 몇 월 며칠의 몇 시 몇 분까지,

둘이 같이 했었다는 사실만이 사랑이 남길 수 있는 증거다.

그 시간에 둘이서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 하나의 사실로 남는다.

그러나 둘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내가 입밖에 낼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늘 자기 멋대로 쓰는 일기다.

그것도 앞 페이지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들춰 보지 않는 일기.

사랑의 일기장은 늘 바람에 날려

문득 과거의 페이지를 내 눈앞에 드러낸다.

거기 나열된 문자는 어색하고 애절하게,

내 마음을 아리게 할 만큼 진지하다.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 빅마마 - 내 눈을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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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Victor Jeong
JC BILLI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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